안목(aesthetic literacy) 기르는 법
최근 무작위로 제목과 표지만 보고 책을 골라 읽고 있다. 그 분야는 경제, 인문, 예술 등 다양하다.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은 필사를 해서 시간 될 때 읽어보는 정도로 복습하고 있는데 비슷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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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3권의 책을 읽고 블로그에 공통점을 남긴 적이 있다. 책을 선정할 때 의도를 가진 건 아니었고, 밀리의 서재에서 관심 있는 책을 전부 담아놨다가 흥미가 생기는 책 먼저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필사한 부분의 공통점은 '감각의 정교화'를 다룬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듣는 법>은 음악의 주관을 가지는 법, <미묘한 메모의 묘미>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변화, 생각을 메모로 남기는 법, <부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통해 돈의 흐름과 인간 행동을 읽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책 <심미안 수업> 내용까지 합하면 결국 안목, 심미안을 기르기 위해서는 감각-> 관찰-> 비교 ->본질 파악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음악을 예로 들면 음악을 듣고 전에 들었던 음악들과 비교해 보고 차이를 관찰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감각을 다듬을 수 있게 되고 미세한 차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비교의 즐거움은 단순히, 이것과 저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여러 개를 겹쳐놓고 상대적인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일이다. 또 다른 게 뭔가 더 없나? 이런 걸 상상하는 일이다.
...
심미안은 차이를 알아보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이 능력이 커지면 우리는 역으로 본질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본질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건 뭘까. 일상적인 물건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그릇을 보자. 세상에는 수많은 밥그릇이 있다. 형태, 색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런게 밥그릇이야'라고 하는 기준이 있다.
-<심미안 수업>의 일부
위에 정리한 <심미안 수업>의 일부 내용 중 밥그릇을 예로 들어 본질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는데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서 공책에 필사해 두었다. 이 내용을 읽을 때쯤 동시에 넷플릭스에서 <동네멋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정수 대표의 말이 떠올라서 같이 정리해 보기로 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 않다면 유튜브에 '동네멋집 휘낭시에'를 검색하면 영상이 나온다.

동네멋집 밀양편으로, 세 팀 중에 한 팀을 선발해야 해서 밀양의 사계를 주제로 휘낭시에를 만들어오는 미션이 있었다. 세 팀의 휘낭시에를 먹은 후 총평으로 유정수 대표가 남긴 말이다.
"지금 만들어 온 휘낭시에를 그대로 파운드케이크로 만들면 다를 게 없어요. 파운드케이크가 단위 중량당 재료의 원자재 값은 휘낭시에를 만드는 것에 5분의 1도 안 될 거예요. 훨씬 저렴해요. 그런데 파운드케이크와는 뭔가 다르기 때문에 얘(=휘낭시에)가 비싸도 얘의 존재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그 존재 가치가 뭘까요?
겉바속촉. 그니까 저는 휘낭시에에서 포기하지 말아야 될게 겉바속촉이라고 생각해요.
참가자들이 만든 휘낭시에 위에 수분함량이 많은 토핑들이 올라가 있어서 식감이 변해버렸다. 휘낭시에의 식감이 부드러워져 버려서 케이크와 다를게 없어져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유정수 대표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사업가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많이 찾아가서 음식을 먹어보며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으로 휘낭시에의 맛을 평가한 것이다.
어떤 것에 심미안을 가지려면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어느 정도 이론적인 내용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연구, 분석까지는 아니어도.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미술관에 가서 팸플릿이나 설명을 읽어보라고 하는데 그 정도) 이후 관심이 생기는 것부터 조금씩 경험해 보고 즐기고 비교해 보며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면 감각을 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밥그릇으로 만들었는데 밥을 담을 수 없다면? 휘낭시에로 만들었는데 다른 빵과 차이가 없다면? 감각을 다듬을 때 이것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아야겠다.
나는 왜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내용을 필사할 때 안목(=심미안, 취향)에 대한 내용을 선택하는가? gpt에게 물어보니 '인간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감각적, 인지적 기반을 다듬는 법'이 내가 고른 필사 내용들의 공통된 방향성이다. 내가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대상보다 그 대상 뒤의 원리를 찾고 싶어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나 자체가 세상을 정확하게 읽고 싶은 사람이라고 함) 혼자 생각하면 떠올리지 못했을 텐데, 요약한 한 문장을 보니 맞는 말 같아서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렸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니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없는 건데 마음만 괜히 급하게 가진 것 같다. 앞으로도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경험을 쌓아 나만의 '틀'을 만들어야겠다.
성인이 되어서는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것 같은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 좌절했고, 지식의 양으로는 내가 대화를 나누기조차 힘든 수준의 인간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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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잘난 사람들이 많으니,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야겠구나.' 이런 강박은 나만 경험한 내 것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심미안 수업>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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